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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06 동면하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양력으로 3월 6일 무렵이면 24절기의 세 번째 절기인 경칩이 듭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죠. 겨울철 그 춥던 대륙성 고기압은 약해지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어 따스함과 추위가 반복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리고 초목의 싹이 돋아나며 동면하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고 믿었습니다. 이날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나 도룡뇽의 알을 건져다 먹기도 했죠.

  또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합니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하는데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재를 탄 물그릇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했습니다.

 

 

 

  경칩에는 보리의 싹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그 해 농사를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또 고로쇠나무를 베어 그 수액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전남 구례의 송광사나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유명하죠. 보통의 나무들은 절기상 춘분이 되어야 물이 오르지만 남부지방의 나무들은 다소 일찍 물이 오르므로 첫 수액을 통해 한 해의 새 기운을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경칩은 연인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옛 선남선녀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은행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은밀히 나누어먹었다고 합니다. 세조 때 강희맹이 쓴 사시찬요에 보면 은행 껍데기에 세모난 것이 수은행이고 두모난 것이 암은행인데 대보름날 은행을 구해 두었다가 남편과 아내가 경칩날 각각 먹었다고 합니다. 또 처녀 총각들은 경칩날 밤이 되면 동구밖의 은행 수나무 암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하고 정을 다졌다고 하네요.

 

  꽃 피고 잎이 날 때면 추위가 오기도 합니다. 이때 추운 것은 날씨가 꽃과 잎이 피는 것을 샘한다고 하여 꽃샘 또는 잎샘이라고 하는데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설늙은이는 젊지도 아주 늙지도 아니한 조금 늙은 사람을 말합니다. 이를 중늙은이 또는 반늙은이라고도 하죠. 삼사월에 꽃과 잎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가 중늙은이 얼어 죽을 정도로 매우 춥다는 것을 뜻합니다. 보리누름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는 말도 있는데 보리누름이란 보리가 누렇게 익는 철을 가리킵니다.

 

 

 

초후에는 복숭아가 꽃피기 시작하고

중후에는 꾀꼬리가 울며

말후에는 매는 보이지 않고 비둘기가 날아다닌다.

Posted by 호영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