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우수가 있습니다. 양력으로는 2월 19일경인데 음력으로는 대개 정월에 드는 시기죠. 우수라는 말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것이니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사실상 음력에서 정월은 계절상 봄에 해당됩니다.

 

  우수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슬슬 녹아 없어짐을 이르는 뜻으로 우수의 성격을 잘 표현해준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에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고 했으니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트는 법입니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우수 이후 15일을 세분하여 그 특징을 나타내었는데요. 첫 5일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5일간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간은 초목에 싹이 튼다고 하였지요. 우수 무렵이 되면 그동안 얼었던 강이 풀리므로 수달은 때를 놓칠세라 물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먹이를 마련합니다. 그리고 원래 추운 지방의 새인 기러기는 봄기운을 피하여 다시 추운 북쪽으로 날아갑니다. 그렇게 되면 봄은 어느새 완연하여 마지막 5일간 즉 말후에는 풀과 나무에 싹이 트는 것이죠.

 

  산림경제에 보면 과일나무는 음력 정월 상순에, 그러지 못하면 이월 상순에 심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과일나무는 위로 뻗어가는 기운을 담고 있죠. 그러니 달이 차 오를 때 심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에 맞춰 어린 나무를 구해야 하는데 장에 나오는 묘목은 품종개량을 많이 한 나무들입니다. 열매를 굵게 한 해라도 빨리, 더 많이 달리게...그러다 보니 나무가 야성을 잃고 온실속의 화초처럼 바뀌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법대로 가지치기를 하고 꽃을 솎아 주고 열매도 솎아야 합니다. 그래도 병이 많고 벌레의 피해도 크죠. 열매를 많이 얻으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나무를 이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는 농사꾼 장영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제 나무르 심어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절기. 우수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봄기운을 느낄 수 있으니 몸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온실속의 동백꽃>

 

 

 

Posted by 호영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