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종류에 따라 싹이 트는 시기가 다릅니다. 봄에 싹이 트는 것이 있고 여름이나 가을에 트는 것도 있죠. 심지어 겨울에 싹이 트는 것도 있습니다. 봄에 발아하기 적당하다고 한꺼번에 싹을 틔우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만약 어떤 재해가 일어나면 그 집단은 순식간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와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하여 식물은 발아시기를 달리하고 또 길게 늘려가는 경우도 있지요. 위험의 분산을 꾀하는 식물만의 지혜라 하겠습니다.

 

  냉이는 발아시기가 깁니다. 밭에서 자라는 잡초는 경운기에 갈리거나 제초제로 내일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봄만이 아니라 여름에도 가을에도 계속해서 싹을 틔웁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은 땅속에 그만큼 예비군이 있다는 뜻입니다. 땅속에서 방대한 양의 씨앗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 이러한 씨앗집단을 식물학에서는 씨드 뱅크라 합니다. 말 그대로 종자은행이죠.

 

  냉이는 봄의 일곱가지 풀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사상 모양으로 잎을 땅위에 바짝 붙인 채로 겨울을 납니다. 납작 엎드린 자세는 땅위로 부는 찬바람을 견디기에 좋은 자세죠. 그것은 겨울을 이겨내는 자세이기도 하지만 겨울동안에도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양분을 냉이는 다가오는 봄에 쓸 수 있도록 뿌리에 저장합니다.

 

  겨울을 나기에는 씨앗속에 몸을 숨기고 땅속에서 지내는 쪽이 손실이 가장 적지만 봄이 온 뒤에 싹을 틔워서는 늦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그것을 냉이는 알고 겨울동안에도 잎을 그냥 둔 채로 겨울을 납니다. 그렇게 하면 봄에 바로 누구보다도 먼저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이벌이 적은 시기에 조금 일찍 꽃을 피우면 꽃을 찾아도는 벌레를 독차지할 수 있죠.(도솔오두막 - 풀들의 전략에서)

 

 

<냉이>

 

<바짝 엎드린 자세로 겨울을 지낸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냉이꽃>

 

<일찍 꽃을 피우니 벌레들을 독차지한다>

 

<냉이죽은 비타민 보충제>

 

<봄이 오지 않은 시골풍경>

 

 

 

Posted by 호영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