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겨울에 냉면을 즐긴다고 합니다. 육수도 동치미국물이죠. 이것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사골육수가 들어옵니다. 사실 북한에는 함흥냉면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대신 농마면, 회국수라 합니다. 농마는 녹말의 함흥도 사투리인데 가자미 같은 수산물을 얹으면 회국수, 고기를 얹으면 육국수가 됩니다.

 

함경도 사람들이 피난 내려와 서울 중구 오장동에 자리잡았지요. 1953년에 오장동함흥냉면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이 언저리가 서울의 함흥냉면 본거지가 됩니다. 전성기에는 오장동에만 20여 곳의 함흥냉면집이 있었다고 합니다.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에도 황해도식 해주식 냉면문화가 꽃피웁니다. 52년 황해도 출신의 이건협씨가 옥천면에서 황해냉면을 시작합니다. 면발이 굵고 돼지고기 육수에 간장이나 설탕으로 간을 해서 단맛이 강합니다. 옥천냉면은 황해식당이라는 이름도 같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 책자에는 황해식당으로 더 알려져 있지요.

 

저는 이곳을 지날 때면 늘 냉면 한 그릇 합니다. 냉면이 무슨 8000원이나 하냐고 옆사람은 투덜대지만 그래도 맛은 이곳이 낫습니다. 서울에서는 냉면 한 그릇이 10000원이 넘는 곳도 허다한데 8000원이면 준수한 것이 아니냐면서 자리를 잡습니다.

 

냉면의 전통을 말하자면 재미있습니다. 북한에서 유행한 것이 냉면이라는데 남한에도 냉면전통이 없는 것은 아니죠. 경남 진주냉면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곳입니다. 평양과 달리 상층부 양반들의 전유물이었다 합니다.

 

북한식 냉면이 강원도 국수문화와 부딪히면서 생긴 것이 막국수입니다. 막국수는 지역마다 불리는 이름도 다르죠. 춘천과 홍천, 양구에서는 막국수라 하고 양양 등 영동지방에서는 메밀국수라 합니다. 전북 전주에 가면 콩국수 전문점인데도 소바라는 일본식 메밀면의 이름을 단 가게가 많습니다. 경남 의령에도 의령소바가 있지요.

 

밀면은 밀가루냉면의 준말인데 부산밀면이 북한 냉면의 특별한 변신이라 하겠습니다. 북한 피란민이 귀해진 메밀 대신 밀가루를 사용해서 밀면을 만든 것이죠. 원조는 우암동의 내호냉면, 부산 밀면의 대중화 주역은 부산진구 가야2동의 가야밀면이랍니다.

 

경기도 의정부와 동두천에는 실향민들이 많이 정착한 곳입니다. 53년에 창업한 동두천의 평남면옥은 평양장터의 냉면을 파는 집으로 알려져 있고 의정부평양면옥은 1.4후퇴 때 평양에서 내려온 홍진권씨가 70년 경기도 전곡에서 냉면집을 창업했다가 87년 의정부로 옮겨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는 곳입니다. 서울의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이 홍씨의 딸들이 운영하는 집들입니다.

 

 

 

<옥천냉면>

 

<메뉴>

 

<김치>

 

<물냉면 한 그릇>

 

<비빔냉면>

 

<냉면도 선호하는 종류가 서로 다르다>

 

<안내문>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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