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설렁 먹기 좋아 설렁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설렁탕이 오랫동안 서울 사는 서민들이 가장 즐기는 바깥음식이었고 타지 사람들도 먹고 싶어 했던 서울의 명물이었습니다. 서울을 경성이라고 부르던 시절부터 말이지요.

  1932년경의 근대잡지인 별건곤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옵니다. 서울 명물 설넝탕이 어떠한 것인가 하고 들여다보니 콩멍석만 한 김 서리는 가마속에 소대가리가 푹 솟아 있다. 그 옆에는 죽어서도 악착한 희생을 당하였다는 듯이 소 해골바가지 서너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리고 또 한편에는 신사 양반들이 모지라진 숟가락으로 뚝배기 바닥을 달그락달그락 긁으면서 국물을 훌훌 마시며 하는 말씀, 어- 이제 속이 풀리는군! 소대가리 삶은 물 먹어 저렇게도 좋을까. 서울의 모든 것이 다 좋으나 설넝탕만은 악인상을 준다. 무심결에 외치는 소리, 오- 소대가리 서울이여!

 

  그 설렁탕의 역사를 대변하는 종로이문설렁탕이 지금도 건재합니다. 이문(里門)이라는 말은 세조의 명으로 마을 입구마다 위치한 방범초소를 가리킵니다. 그 방범초소가 지명으로 굳어진 것이지요. 운종가에서부터 인사동을 지키기 위하여 세워진 종로이문은 인사동 222번지로 옛 화신백화점 뒤쪽에 있었습니다. 예부터 이곳은 이문이라는 상호를 붙인 음식점이 많았죠.

  100년이 넘는 세월을 담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알려진 이문설렁탕입니다. 1904년에 문을 열었다니 업력이 대단합니다. 그렇다면 장군의 아들 김두한도 드나들었겠군요. 김두한 뿐이겠습니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부통령 이시영, 국문학자 이희승, 남로당 당수 박헌영 등 현대사의 내노라하는 인물들이 종로거리를 활보하면서 이문설렁탕을 찾았다고 하네요.

 

설렁탕은 혀, 도가니, 머릿고기, 양지머리, 지라 등 소의 온갖 부위를 푹 고아 기름을 말끔히 걷어낸 맑은 국물입니다. 여기에 밥을 말아먹으면 국밥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찾아온 일본통신사 기자가 국밥은 밥을 마는 것이 맛있는지 따로 먹는 것이 맛있는지 물었다는데 이문설렁탕은 예나 지금이나 밥을 말아서 내줍니다. 거기에 깍두기를 곁들여 한 그릇 먹고 나면 설렁탕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문설렁탕>

 

<덜어먹는 김치>

 

<깍두기>

 

<파>

 

<분주한 주방모습>

 

<밥을 만 설렁탕>

 

<한 상은 매우 단조롭다>

 

<메뉴>

 

<종로거리의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Posted by 호영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