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식당은 서울 종로구의 낙원상가 옆 골목에 있습니다. 북한식 아바이 순대와 설렁탕을 조리해내는 대중음식점입니다. 겉보기에는 볼품없는 흔한 식당쯤으로 보이지만 맛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이름있는 식당이지요. 1968년에 개업하여 2대째 운영을 하고 있다니까 역사성이 있습니다. 현 운영주의 선친인 창업주 문용춘 씨가 낙원상가 골목에서 개업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하네요.

 

  점심시간이면 제법 줄을 섭니다. 식당내부는 공간이 협소합니다. 찾아오는 손님은 많고 좌석은 한정되어 있으니 줄을 서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저는 이름있는 식당들이 이러한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지요. 그것은 12시 이전에 식당에 도착하여 자리를 잡는 겁니다. 거짓말처럼 12시가 넘어서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니까 그전에 자리를 잡으면 음식주문도 수월하고 빨리 나오고 남보다 얼른 먹고 일어설 수 있습니다.

 

  국밥을 전문으로 한다고 해서 설렁탕을 주문하면서 수육도 시켰는데 설렁탕보다 수육이 맛있는 건 뭐일까요? 설렁탕보다 수육이 가격면에서 더 비싸므로 값어치를 한다고 하면 수육이 기분나쁠 수도 있겠지만 유진식당은 수육이 괜찮습니다.

 

 

<유진식당>

 

<양념>

 

  처음에는 유진식당을 찾기가 어려원 낙원상가 주변을 뱅글뱅글 돌았네요.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낙원상가 주변이라고 안내하기보다 파고다공원 뒤편이라고 하면 더 쉽습니다. 파고다공원은 탑골공원으로 불리는 곳이죠. 서울시의 노년층이 집중적으로 모여서 하루를 보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나이드신 할아버지들이 집에서 딱히 할 일이 없으니 탑골공원으로 모이시는 것 같습니다.

  종묘앞 공원에는 장기판이 벌어져 장관을 이루지요. 한두 판이 아니라 수백판이 동시에 벌어집니다. 하루를 보내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무료급식소도 있고 이발료가 엄청 싼 이발소가 주변에 많습니다. 극장 이용료도 싸고 짜장면값도 저렴합니다.

 

  그곳에 유진식당이 자리하고 있으니 유진식당의 음식값도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이 찾기에 좋고 여기에 맛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단골이 형성되었을 듯 합니다. 1985년에는 불의의 폐업도 있었지만 노년의 실향민들이 단골로 꾸준히 찾아왔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젊은 사람들이 명성을 등에 업고 더 찾고 있지만 말이죠.

 

<김치>

 

<수육>

 

  유진식당의 대표메뉴는 국밥입니다. 국밥은 뼈와 고기를 삶아 우려낸 진한 국물에 신선한 채소와 재료를 듬뿍 넣어서 만든다고 합니다. 삶은 고기는 수육으로 손님들에게 나갑니다. 그 국밥이 설렁탕입니다. 맛있는 설렁탕은 오랜 시간 푹 고은 국물이 맛을 좌우하는 법이지요.

  국밥 말고 또 하나의 메뉴는 평양냉면이라고 합니다. 여러 개를 맛볼 수 없어서 평양냉면의 맛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지만 70%의 메밀가루 반죽으로 빚은 면을 담백하고 깊은 맛의 소고기 육수에 담아 내어 온답니다. 이제 평양냉면은 물냉면이고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서울시내에는 진정한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내는 곳이 더러 있는데 아마 북한 출신의 실향민인 창업주가 고향에서 먹던 맛을 제대로 내는 듯 합니다.

 

  요즘은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지만 일본잡지에도 소개가 되는 바람에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잦아지는 추세라 합니다. 일본잡지에 소개되었다는 것은 유진식당의 역사성을 말해준다 하겠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오늘 비로소 알았습니다. 식당의 내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지요.

 

<새우젓>

 

<수육 한 접시>

 

<설렁탕>

 

<서울미래유산이다>

 

 

Posted by 호영가족 :